요즘 뉴스에서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자잘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영생활 행동강령 위반사례들부터 오랫동안 큰 이슈였던 총기사건이나 폭행으로 인한 사망사건까지, 나도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인지 군에 관한 소식들은 다른 사건들보다 더욱 내 마음 한구석을 답답하게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라는 표면적 의구심에서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 양심 따위의 것들까지 곰곰히 생각하던 중에 프로타고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타고라스는 플라톤 ‘대화편’의 하나로,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논쟁이 서술되어 있다. 지,덕,선에 대해 펼친 논쟁을 기록한 책이며 주요 논점으로 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덕은 지식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가 등이 거론되어 있다.
전문기술과는 다르게 인간은 본래 모든 사람이 정의와 덕성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프로타고라스는 얘기했다. 모두가 나누어 가지고 있음에도 왜 우리 사회에는 정의에 반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덕이라는 것이 얼굴 생김새나 키처럼 타고나는 것이라면 덕성에 거슬리는 행동을 쉽게 책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와 같은 행동들에 거부감을 느끼고, 징계를 원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덕성이라는 것이 마음가짐과 배움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한 징계의 목적은 미래에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징계에 대한 의미를 그동안 모르면서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다. 징계를 함으로써 미래에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고, 당사자 뿐 아니라 관찰하는 사람에게도 덕이 무엇인지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됐다.
덕은 지혜와 분별과 용기와 정의와 경건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지혜는 다른 것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지혜와 지식이 가장 우월한 위치에서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물에 대한 두려움 등은 그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가 선과 악 양자의 선택에서 오류를 범하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지식이 없으면 덕의 구성요소 중 많은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서로의 주장에 끊임없이 반박하면서도 쉬이 모순이 발견되지 않는 현인들의 대화를 통해 획일화되고 비평하지 못하는 사고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의 어긋나는 의견이 대화를 통해 해결점이나 타협점을 찾아 가장 논리적인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의견을 타인과 나누고 조율하며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독서를 정말 많이 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습득한 지식을 혼자서 취사선택하고 흡수해 잘못된 길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노라면 적어도 한 사람은 길을 잘 분별할 수 있다. 본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호메로스의 말이다. 우리 모두가 사람의 덕성에 대해 고찰하고 지식을 습득하며, 그 지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사건들이 적어지고 그만큼 세상이 더 밝아지지 않을까.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 책을 읽고 내가 습득한 지식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또한 친구들이 습득한 지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